탈모 샴푸 고시 성분, 500ml에 실제로 몇 그램 들었나

쓰던 샴푸가 떨어져서 탈모 샴푸를 하나 샀습니다. 제품이 너무 많아 고르다 지쳐서 결국 쇼핑 검색 상단에 뜨는 걸로 골랐고, 가격은 원래 쓰던 것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며칠 써보니 향이 달라지고 감을 때 시원한 느낌이 나는 것 말고는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성분표를 펴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기대한 양과 실제로 들어 있는 양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 글은 효능을 판정하는 글이 아니라 표시된 함량이 실제 몇 그램인지를 환산해보는 글입니다.

1. 탈모 샴푸는 의약품이 아니라 기능성화장품입니다

먼저 분류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시중의 탈모 샴푸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재평가를 거쳐 의약외품에서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화장품’으로 전환됐습니다.

명칭이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입니다. ‘탈모를 치료하는’도 아니고 ‘탈모를 방지하는’도 아닙니다. 이 문구 차이는 마케팅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허가 범위의 문제입니다. 소비자단체 조사에서도 식약처가 해당 성분이 들어갔다고 해서 의약외품이나 의약품처럼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2. 기능성 인증은 임상을 통과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식약처 기능성 인증 받은 제품으로 고르라”는 조언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 인증이 나오는 경로를 보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식약처는 아래 두 가지 성분·함량 조합을 사용할 경우 기능성화장품 심사에서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자료 제출을 면제하고 있습니다.

구분 성분 배합 함량
조합 A 덱스판테놀 0.2%
살리실릭애씨드 0.25%
엘-멘톨 0.3%
조합 B 나이아신아마이드 0.3%
덱스판테놀 0.5%
비오틴 0.06%
징크피리치온 액(50%) 2.0%
식약처 고시 기준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화장품 성분·함량 조합

정리하면 인증은 “이 제품이 임상에서 탈모 완화 효과를 보였다”는 증명이 아니라, “정해진 성분을 정해진 함량으로 넣었으니 따로 시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과 경로입니다. 성분표를 맞춘 결과지 효과를 측정한 결과가 아닙니다.

참고로 2018년 개정된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의 임상 대상은 남성형 탈모로 한정돼 있습니다. 여성 탈모나 다른 유형은 애초에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3. 500ml에 실제로 몇 그램이 들었나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퍼센트는 감이 안 오니 그램으로 바꿔보겠습니다. 500ml 제품, 비중 1로 가정합니다.

조합 B 기준 환산

성분 함량 500ml 기준 1회 사용(10ml)
나이아신아마이드 0.3% 1.5g 0.03g
덱스판테놀 0.5% 2.5g 0.05g
비오틴 0.06% 0.3g 0.006g (6mg)
징크피리치온 액(50%) 2.0% 10g 0.2g
500ml 제품 기준 환산값. 1회 사용량은 펌핑 약 10ml 가정

조합 A 기준 환산

성분 함량 500ml 기준 1회 사용(10ml)
덱스판테놀 0.2% 1.0g 0.02g
살리실릭애씨드 0.25% 1.25g 0.025g
엘-멘톨 0.3% 1.5g 0.03g

비오틴을 예로 들면 한 번 감을 때 두피와 모발에 닿는 양이 6mg입니다. 그리고 이 6mg은 두피에 1~2분 머무른 뒤 물과 함께 씻겨나갑니다. 바르고 그대로 두는 토닉이나 앰플과는 접촉 조건 자체가 다릅니다.

4. 징크피리치온 2%는 사실 1%입니다

표를 보시면 ‘징크피리치온 액(50%) 2.0%’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표기를 그냥 “징크피리치온 2%”로 읽으면 안 됩니다.

배합하는 원료가 50% 농도의 액상이기 때문입니다. 액상을 2.0% 넣으면 제품 안의 순수 징크피리치온 농도는 그 절반인 1.0%가 됩니다.

표기 해석 500ml 기준 실제량
징크피리치온 액(50%) 2.0% 원료 액상 기준 배합량 액상 10g
순 징크피리치온 제품 내 실제 농도 1.0% 5g

징크피리치온은 수십 년간 비듬 샴푸의 핵심 성분으로 쓰여 온 항균·항진균 성분입니다. 비듬의 원인이 되는 말라세지아균의 증식을 막고 가려움을 완화하는 쪽에 근거가 쌓여 있는 성분이지, 모발이 빠지는 것 자체를 막는 성분으로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5. 나머지 성분들이 실제로 하는 일

고시 성분 넷을 하나씩 보면 작용 방향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성분 주된 작용 탈모와의 관계
덱스판테놀 보습, 피부 장벽 강화 (비타민 B5 계열) 모발 코팅으로 윤기는 주지만 그 자체가 탈모에 작용하는 성분은 아님
비오틴 케라틴 합성 관여, 구조 결합 결핍 시 문제가 되는 영양소이며, 도포로 흡수·작용하는 경로는 별개
엘-멘톨 쿨링감, 가려움 완화 실제로 피부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뇌가 차갑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
징크피리치온 항균·항진균, 비듬균 억제 두피 질환이 있을 때 보조적 역할

제가 감으면서 시원하다고 느꼈던 게 엘-멘톨입니다. 시원하면 뭔가 작용하는 것 같지만 온도가 내려간 건 아닙니다. 네 성분의 작용을 묶으면 보습, 장벽 강화, 항염·항균으로 요약됩니다. 두피 환경을 정돈하는 제품이라고 보면 맞고, 빠지는 머리를 붙잡는 제품이라고 보면 기대가 어긋납니다.

6. 1년 비용으로 환산하면

그럼 이 차이에 얼마를 내고 있는지도 계산해보겠습니다. 500ml 제품을 1회 10ml씩 매일 쓰면 약 50회, 대략 7주를 씁니다. 1년이면 약 7.3병입니다.

구분 병당 가격(가정) 연간 사용 연간 지출
일반 샴푸 10,000원 약 7.3병 약 73,000원
탈모 기능성 샴푸 25,000원 약 182,500원
1인 기준 연간 차액 약 109,500원
부부 2인이 함께 사용 시 약 219,000원
가격은 예시 가정값이며 제품별로 차이가 큽니다

연 11만원이 큰돈은 아닙니다. 다만 이 지출로 무엇을 사고 있는지는 알고 내는 게 맞습니다. 위 환산표대로면 1년치 샴푸를 다 써도 두피에 닿았다가 씻겨나가는 비오틴 총량은 2g 정도입니다.

7. 사기 전에 확인할 4가지

기능성화장품 표시와 보고번호

용기나 상세페이지에 ‘기능성화장품’ 문구와 보고번호가 있는지 보세요. 없으면 탈모 이미지로 마케팅만 한 일반 샴푸입니다. 효과의 증명은 아니지만 최소한 고시 성분과 함량은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전성분에서 고시 성분 직접 확인

덱스판테놀, 비오틴, 엘-멘톨, 징크피리치온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세요. 맥주효모나 각종 추출물은 아무리 입소문이 나도 기능성 성분이라는 타이틀을 쓸 수 없습니다. 상세페이지 맨 위에 큼직하게 적힌 성분이 정작 기능성 성분이 아닌 경우가 흔합니다.

광고 문구가 과한 제품은 거르기

한 소비자단체가 온라인 유통 중인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 53개를 조사한 결과, 53개 전부가 기능성화장품 범위를 벗어난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25개 제품은 탈락 모발 수 감소를, 20개 제품은 증모·발모·양모 관련 표현을 썼습니다. 발모나 증모를 내세우는 제품은 규정을 넘은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 두피 상태 먼저 보기

비듬이 많고 각질과 가려움이 있다면 징크피리치온 계열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영역입니다. 반면 정수리나 이마 라인이 서서히 넓어지는 유형이라면 샴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이 다르면 대응도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탈모 샴푸는 전혀 효과가 없나요?

두피 환경 관리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듬, 가려움, 과도한 피지 같은 문제는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행 중인 탈모를 멈추거나 모발을 다시 나게 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Q. 기능성 인증을 받았으면 효과가 검증된 것 아닌가요?

고시된 성분·함량 조합을 사용하면 안전성·유효성 자료 제출이 면제됩니다. 인증은 성분 기준 충족을 뜻하지, 해당 제품이 임상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Q. 함량이 높은 제품을 고르면 더 낫나요?

고시 함량은 하한이자 사실상 기준값이라 제품 간 차이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리고 샴푸는 씻어내는 제형이라 함량을 올려도 접촉 시간이라는 한계는 그대로입니다.

Q. 얼마나 써봐야 효과를 알 수 있나요?

모발 주기를 고려하면 최소 3개월은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그 기간에 계절 변화나 스트레스가 섞이기 때문에 개인이 체감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맥주효모 샴푸는 어떤가요?

맥주효모는 고시 성분이 아니므로 기능성 성분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 마케팅 성분에 가깝습니다.

Q. 여성도 같은 제품을 쓰면 되나요?

성분 자체는 성별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관련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의 임상 대상이 남성형 탈모로 되어 있다는 점은 알아두실 만합니다. 여성 탈모는 원인이 다양해 진단이 더 중요합니다.

정리

저는 약을 산다고 생각하고 결제했는데, 규정을 찾아보니 화장품을 산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물건은 아니고, 기대의 크기를 조정해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두피를 정돈하는 세정제로 보면 값을 하고, 탈모를 멈추는 해법으로 보면 실망하게 됩니다.

다음에 사실 때는 상세페이지 대신 전성분표를 한 번 보시고, 이 글의 환산표로 실제 양을 가늠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선택이 꽤 달라질 겁니다.

생활비 항목을 하나씩 점검하는 김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25% 문턱 계산전기요금 청구서 항목 분해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제품이나 치료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함량 환산은 표시 기준에 따른 산술 계산이며 비중은 1로 가정했습니다. 탈모가 진행 중이라면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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