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매달 20만 원씩 넣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돈을 증여세 신고 없이 그냥 넣고 있다면, 나중에 그 계좌를 실제로 쓸 때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고를 제대로 하면 세금 한 푼 없이 2,400만 원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흔히 알려진 “미성년 자녀는 10년에 2,00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400만 원이 더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유기정기금 평가입니다. 계산 구조와 신고 시점, 그리고 주식으로 주면 안 되는 이유까지 정리했습니다.
1. 먼저 확인할 것: 증여재산공제는 10년 단위입니다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재산을 줄 때 적용되는 증여재산공제는 미성년 자녀 2,000만 원, 성년 자녀 5,000만 원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 10년간 합산입니다. 올해 2,000만 원을 쓰면 다음 공제는 10년 뒤입니다.
- 조부모·외조부모 증여분도 합산됩니다. 직계존속 전체를 묶어 2,000만 원이지, 부모 따로 조부모 따로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 열 살에 2,000만 원, 스무 살에 5,000만 원을 넣는 이른바 ’10년 주기 증여’가 정석처럼 이야기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갓난아이에게 목돈 2,000만 원을 한 번에 넣어줄 여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매달 조금씩 넣게 되는데, 여기서 계산이 달라집니다.
2. 매달 넣으면 왜 한도가 늘어나는가
매달 이체할 때마다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처음부터 “앞으로 10년간 매달 얼마씩 주겠다”는 의사를 계약으로 정하면, 이 권리 전체를 최초 시점에 한 번에 증여한 것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기정기금입니다.
핵심은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62조는 유기정기금의 가액을 각 연도에 받을 정기금액을 기획재정부령이 정한 이자율로 나눈 금액의 합계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고, 그 이자율은 연 1,000분의 30, 즉 3%입니다. 다만 1년분 정기금액의 20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이 있습니다. 10년 적립이라면 이 상한에 걸릴 일은 없습니다.
계산식은 단순합니다.
평가액 = 각 연도 정기금액 ÷ (1 + 0.03)n의 합계
10년이면 3% 연금현가계수 8.5302를 곱하면 됩니다. 실제 이체하는 총액보다 평가액이 작아지고, 공제 2,000만 원은 이 평가액에 적용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들어가는 돈은 2,000만 원을 넘길 수 있습니다.
월 납입액별 평가액과 증여세
| 월 납입액 | 10년 실제 이체액 | 유기정기금 평가액 | 과세표준 | 증여세 |
|---|---|---|---|---|
| 10만 원 | 1,200만 원 | 약 1,024만 원 | 0원 | 0원 |
| 15만 원 | 1,800만 원 | 약 1,536만 원 | 0원 | 0원 |
| 20만 원 | 2,400만 원 | 약 2,048만 원 | 48만 원 | 0원 |
| 25만 원 | 3,000만 원 | 약 2,559만 원 | 559만 원 | 약 54만 원 |
| 30만 원 | 3,600만 원 | 약 3,071만 원 | 1,071만 원 | 약 104만 원 |
| 50만 원 | 6,000만 원 | 약 5,118만 원 | 3,118만 원 | 약 302만 원 |
증여세는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세율 10%를 적용하고 신고세액공제 3%를 차감한 금액입니다. 천 원 단위에서 반올림했습니다.
표에서 월 20만 원 줄을 보시면 됩니다. 평가액 2,048만 원에서 공제 2,000만 원을 빼면 과세표준이 48만 원인데, 과세표준 50만 원 미만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금 0원으로 10년간 2,400만 원이 아이 계좌로 들어갑니다. 목돈 2,000만 원을 한 번에 넣는 것보다 400만 원이 더 들어가는 셈입니다.
매년 따로 신고하면 어떻게 되나
같은 240만 원을 매년 별도 증여로 신고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10년치가 합산되어 2,400만 원이 되고, 공제 2,000만 원을 뺀 400만 원이 과세표준이 됩니다. 세율 10%를 적용하면 약 39만 원의 증여세가 나옵니다.
| 구분 | 10년 실제 이체액 | 과세 기준액 | 증여세 |
|---|---|---|---|
| 매년 별도 증여 신고 | 2,400만 원 | 2,400만 원 | 약 39만 원 |
| 유기정기금 1회 신고 | 2,400만 원 | 2,048만 원 | 0원 |
돈은 똑같이 넣었는데 신고 방식만 다릅니다. 게다가 매년 신고하면 10번을 해야 하고, 유기정기금은 최초 1회로 끝납니다.
다만 이 할인 효과를 순수한 이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0년 뒤에 받을 240만 원은 지금의 240만 원보다 가치가 낮은 것이 사실이고, 세법은 그 시간 가치를 반영했을 뿐이라는 시각입니다. 세금 계산상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없던 돈이 생기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3. 신고 시점을 놓치면 이 계산이 무너집니다
유기정기금 증여의 증여시기는 최초 불입일입니다. 그리고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예를 들어 9월 15일에 첫 이체를 했다면 9월 30일이 기산점이므로 12월 31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합니다. 신고기한 마지막 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다음 평일까지 연장됩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실수가 있습니다. 이미 2~3년째 아이 계좌에 넣어오고 있는데 이제야 유기정기금으로 묶어서 신고하려는 경우입니다. 지나간 불입분은 이미 그 시점에 증여가 이루어진 것이고, 유기정기금 평가는 앞으로 줄 돈에 대한 것입니다. 과거분까지 소급해 한 건으로 묶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 경우 지금 시점부터 새로 10년 계약을 잡고, 과거 불입분은 별도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준비할 서류
- 자녀 명의 공동인증서 (증권사나 은행에서 자녀 계좌 개설 시 함께 발급)
- 자녀 명의 홈택스 가입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이 대리 신고 가능)
- 가족관계증명서
- 증여계약서 (월 납입액, 납입 기간, 지급 방식 명시)
- 유기정기금 증여재산 평가명세서
- 이체 내역
홈택스에서는 [세금신고] → [증여세 신고] → [정기신고] 경로로 들어가 증여자와 수증자 정보를 입력하고, 증여재산 종류에서 정기금을 선택해 평가액을 넣습니다. 계약서와 평가명세서는 증빙으로 첨부합니다.
세금이 0원으로 나와도 신고는 하셔야 합니다. 신고를 해야 그 금액이 정식으로 자녀의 재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4. 신고의 진짜 이유는 절세가 아닙니다
세금이 0원인데 굳이 신고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자금출처가 확보됩니다
나중에 자녀가 성인이 되어 전세보증금을 내거나 주택을 취득할 때,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국세청은 취득자의 직업·연령·소득·재산 상태로 볼 때 자력 취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신고된 증여 기록은 이때 가장 확실한 증빙이 됩니다. 신고 없이 계좌에만 쌓여 있는 돈은 이 국면에서 아무 힘이 없습니다.
운용 수익이 자녀 재산으로 인정됩니다
증여 신고를 마친 원금이 불어난 부분은 자녀의 재산 증식으로 봅니다. 2,000만 원을 신고해두고 그것이 10년 뒤 4,000만 원이 되었다면, 늘어난 2,000만 원에 대해 다시 증여세를 내지 않습니다. 신고를 해두지 않으면 이 구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 계좌로 잦은 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낸 경우, 그 수익을 부모의 기여로 보아 추가 증여로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이 계좌를 부모의 단타 계좌처럼 쓰는 것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사서 오래 들고 가는 방식이 세무상으로도 깔끔합니다.
10년 주기 계산의 시작점이 됩니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 합산입니다. 신고 기록이 있어야 언제부터 10년인지가 명확해지고, 다음 증여 시점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5. 현금으로 주세요, 주식으로 주지 마시고
이미 부모 계좌에 보유 중인 주식을 아이에게 그대로 넘기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평가가 번거롭습니다.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으로 평가합니다. 증여일 시세가 아닙니다. 신고 시점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이월과세가 걸립니다. 2025년부터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대상에 주식이 추가되었고, 양도일 전 1년 이내에 증여받은 주식이 대상입니다.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해외주식이 모두 포함됩니다. 즉 증여받고 1년 안에 팔면 증여 시점 평가액이 아니라 부모가 원래 샀던 가격이 취득가액이 되어 양도차익이 그만큼 커집니다.
훨씬 단순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 자녀 명의 계좌로 현금을 이체한다
- 그 현금에 대해 증여세를 신고한다
- 자녀 명의 계좌에서 자녀 돈으로 주식이나 ETF를 매수한다
이러면 평가 문제도, 이월과세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증여받은 것은 현금이고, 그 현금으로 산 자산의 손익은 온전히 자녀의 것이 됩니다.
6. 계약대로 넣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유기정기금은 계약을 근거로 미래 전체를 한 번에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실제 이체가 계약과 어긋나면 문제가 됩니다.
- 중간에 중단한 경우: 실제로 준 금액만 증여된 것이므로, 과다 신고분에 대해 경정청구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 금액을 올린 경우: 늘어난 부분은 별도 증여입니다. 새로 신고해야 합니다.
- 이체는 했는데 계약서 내용과 날짜·금액이 다른 경우: 계약의 실질을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매달 자동이체를 걸어두고, 이체명을 계약서 내용과 맞춰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이체가 잔액 부족으로 실패한 달이 있는지 1년에 한 번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7. 정리
- 미성년 자녀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2,000만 원, 직계존속 전체 합산입니다.
- 매달 나눠 넣으면서 유기정기금으로 신고하면 연 3% 할인 평가가 적용되어, 월 20만 원 기준 10년간 2,400만 원을 세금 0원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 신고는 최초 불입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1회만 하면 됩니다.
-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해야 자금출처와 운용수익 귀속이 확보됩니다.
- 주식을 직접 넘기지 말고 현금을 준 뒤 자녀 계좌에서 매수하는 편이 단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이미 3년째 아이 계좌에 매달 넣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유기정기금으로 신고할 수 있나요?
지나간 3년치를 소급해 한 건으로 묶는 것은 어렵습니다. 유기정기금 평가는 앞으로 지급할 정기금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새로 계약을 작성해 향후 10년분을 신고하고, 과거 불입분은 별도로 정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금액이 크다면 세무 상담을 받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Q2. 증여세가 0원인데도 신고서를 내야 하나요?
내셔야 합니다. 세액이 없어도 신고 기록이 있어야 자녀의 재산으로 인정받고, 나중에 자금출처 소명이 필요할 때 증빙이 됩니다. 신고하지 않은 돈은 계좌에 있어도 법적으로는 부모 돈으로 볼 여지가 남습니다.
Q3. 할아버지가 따로 주신 돈이 있는데 합산되나요?
합산됩니다. 증여재산공제는 직계존속 전체를 묶어 10년간 2,000만 원입니다. 부모 2,000만 원, 조부모 2,000만 원이 각각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조부모가 손주에게 주는 세대생략 증여는 산출세액에 30%가 할증되는 별도 규정이 있으니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Q4. 아이 계좌에서 제가 대신 매매해도 되나요?
법정대리인으로서 거래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크게 낸 경우 그 수익을 부모의 기여로 보아 추가 증여로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장기 보유 방식으로 운용하시는 것이 세무상 안전합니다.
Q5. 월 20만 원 말고 더 넣고 싶으면요?
넣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평가액이 2,050만 원을 넘는 순간부터 증여세가 발생합니다. 월 25만 원이면 약 54만 원, 월 30만 원이면 약 104만 원입니다. 세금을 내더라도 자녀 명의 자산을 일찍 키우는 것이 낫다고 보신다면 선택의 문제입니다.
Q6. 10년 계약인데 아이가 중간에 성년이 되면 공제 한도가 바뀌나요?
유기정기금 증여는 최초 불입일 시점에 증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므로, 그 시점의 자녀 나이를 기준으로 공제액이 정해집니다. 미성년일 때 시작했다면 2,000만 원이 적용됩니다. 성년이 된 이후에 새로 증여하실 때 5,000만 원 공제를 별도로 활용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세법 규정과 공개된 계산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증여 금액이 크거나 다른 증여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